장윤기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수사팀장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사건 초기 핵심 증거를 누락하고 관련 영상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 간부가 법원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여고생 살해 사건은 경찰 초동수사 부실 의혹으로 번졌다.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박 모 경감은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박 경감은 장윤기 사건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모자를 눌러쓴 채 법원에 들어섰고,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구속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 경감은 지난 5월 장윤기의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결박 도구로 의심되는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거나 증거목록에서 제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차량 내부를 촬영한 채증 영상과 관련해 삭제 지시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MBC는 검찰이 수사팀장이 팀원들에게 해당 채증 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영장심사의 핵심은 증거인멸 의도와 구속 필요성이다. 박 경감 측은 변호인을 통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없고, 장윤기의 아버지와도 일면식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증거 누락 경위, 영상 삭제 지시 여부,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 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해 사건이다. 장윤기는 귀가하던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범행을 목격하거나 제지하려던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이후 장윤기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과정의 공정성과 정보 유출 여부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은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커졌다. 경향신문은 당시 경찰이 장윤기의 차량에서 압수할 물건이 없다고 했지만, 보완수사에 나선 검찰이 차량에서 블랙박스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차량 수색 과정에서 케이블타이가 압수되지 않았고, 증거인멸 정황이 확인되면서 수사팀장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 내부 조치도 이어졌다. 경찰청과 광주 광산경찰서는 사건 당시 광주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수사팀원 등 6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박 경감에 대해서는 업무 배제와 직위해제 조치가 내려졌다.
수사 체계도 바뀌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광주경찰청 지휘 라인을 배제한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대상이 현직 경찰관들과 관련된 만큼 기존 지역 지휘 체계 안에서 사건을 다루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검찰도 별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광주 광산경찰서와 박 경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면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들을 불러 공무상 비밀누설과 증거인멸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의혹은 증거 누락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사팀이 현직 경찰인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압수수색 계획 등 수사 기밀을 유출했는지, 범행 증거물 폐기에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이 부분이 확인될 경우 단순한 초동수사 실수나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조직 내부의 수사 정보 관리 실패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박 경감의 구속 여부는 사건 수사의 첫 분기점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수사는 당시 수사팀원과 지휘 라인 전반으로 더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케이블타이 누락, 채증 영상 삭제 의혹, 수사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은 살인 사건 피의자의 형사 책임과 별도로, 경찰이 사건을 어떻게 다뤘는지를 묻는 문제다. 핵심 물증을 확보했는지, 수사 기록을 온전히 남겼는지, 현직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쟁점으로 남았다. 법원의 구속 판단 이후에도 경찰 초동수사 전반에 대한 책임 규명은 피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