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부대 마라톤 대회를 진행해 20대 병사가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육군 8사단장 등 군 지휘부 4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026년 7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육군 8사단장과 여단장, 중대장, 사단 정훈참모 등 총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 5일 경기 포천시에서 열린 '6·25전쟁 영천대첩 승전 기념 9.13km 부대 마라톤 대회' 도중 발생했다.
숨진 장병은 입대한 지 약 4개월 된 취사병 고(故) 지수혁 일병으로, 대회 8km 지점에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결국 사망했다.
당시 기온은 최고 31도, 습도는 약 70%에 달해 온열질환 위험이 높은 환경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안전관리 총체적 부실"
경찰 수사 결과 행사 전반에 걸쳐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내부 지침상 실시해야 하는 위험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의료지원 및 비상 대응계획도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 일병은 취사병 업무 특성상 평소 체력훈련 기회가 부족했으며, 대회 전 실시한 훈련도 연병장 4km 달리기가 전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체력 수준에 따라 참가자를 편성하도록 한 운영 지침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응급의료 체계 역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회 당일 군의관은 비번으로 현장에 없었고, 간호장교는 의료지원이 아닌 마라톤 참가자로 대회에 참여했다.
지 일병이 쓰러진 이후에는 구급차 대신 일반 군용 차량으로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응급처치와 치료 골든타임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군 수사기관은 여단장과 중대장 등 일부 지휘관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으며, 행사를 기획·지시한 사단장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유가족이 사단장을 직접 고소했고, 경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행사 기획과 승인, 안전관리 감독 책임이 사단장에게도 있다고 판단해 검찰 송치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함께 고소된 선임병사와 일부 부사관에 대해서는 행사 운영 권한과 관리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유가족 측은 "성과 중심의 행사 운영 과정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무시됐다"며 지휘부의 책임을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군 행사 안전관리 체계와 폭염 대응 매뉴얼의 실효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