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시험장에 무단 반입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40대 남성이 국내 최초로 사법 처리(약식기소)됐다. AI 기술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현실화되면서 교육당국과 자격시험 운영기관의 대응도 강화될 전망이다.
광주지검은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약식기소했다. A씨는 지난 5월 소방설비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 AI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채 시험을 치르다 감독관에게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감독관은 A씨가 문제를 풀지 않은 채 특정 방향을 반복적으로 응시하고, 안경 렌즈에서 수상한 빛이 반짝이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확인한 끝에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안경과 연동되는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으며, 시험장에서 정답이 정상적으로 표시되는지와 문제 풀이 기능을 테스트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스마트 안경은 내장 카메라로 시험지를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문제를 분석해 정답이나 풀이 힌트를 렌즈에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외형상 일반 안경과 유사해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워 새로운 형태의 시험 부정행위 수단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는 서울의 정보처리기사 시험과 전남 목포의 전기산업기사 시험에서도 AI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추가로 적발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어학시험에서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TOEIC 시험에서는 지난 5~6월 사이 AI 안경을 착용한 응시자 3명이 적발돼 성적이 무효 처리됐으며, 해당 응시자들은 4년간 시험 응시가 제한됐다.
한편 온라인 실험에서는 AI 스마트 안경을 활용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 모의고사를 푼 결과 약 18분 만에 96점(1등급)을 기록하는 사례가 공개되면서 기술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이는 실제 시험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검증된 공식 결과는 아니며, 기술 시연 사례라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AI 스마트 안경(AI 글래스)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국가기술자격시험의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시험 관리 체계와 관련 법·제도의 정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