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2강 진출 실패 이후 휴대전화 교체 정황…경찰, 홍명보 감독 선임 의혹 수사 확대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임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의 휴대전화 교체 등 증거인멸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MBC 보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가 지난 6월 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 등을 파악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경찰은 대표팀의 월드컵 탈락 이후 축구협회와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진 시점과 휴대전화 교체 시기 등을 들여다보며 실제 증거인멸 의도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대전화 교체 자체만으로 증거인멸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교체 경위와 데이터 삭제 여부, 수사 대상 자료와의 연관성 등은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경찰은 앞서 지난 6일 충남 천안시 대한축구협회 본부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약 11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업무방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대상에는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의 휴대전화와 전자기기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전력강화위원회와 국가대표 지원팀, 월드컵 지원팀 등을 대상으로 홍 전 감독 선임과 관련된 내부 문서와 전자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지난 2024년 홍 전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 정관과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등 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여부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홍 전 감독 등을 강요·협박·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정 전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캄보디아 나가월드FC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 전 이사에 대해서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두 사람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해당 조치는 해제됐으며, 이 전 이사는 최근 귀국해 경찰의 피의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전자자료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면서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의 의사결정 구조와 관련자들의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휴대전화 교체 과정에서 수사와 관련된 자료가 실제 삭제됐거나 은폐됐는지 여부가 확인될 경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에게 제기된 내용은 수사기관이 확인 중인 의혹과 정황 단계이며, 구체적인 형사책임 여부는 향후 수사와 사법절차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