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사내 시스템에서 대량으로 조회돼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구분하는 데 사용된 사건이 검찰 수사로 넘어갔다. 경찰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노조 간부 등 6명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노조 간부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초기업노조가 쟁의행위를 추진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내 시스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업무상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정보가 담긴 파일을 확보해 노조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정보가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구분한 명단을 작성하는 과정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문제를 인지한 것은 지난 4월이다. 삼성전자는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방에서 직원들의 부서명과 이름, 사번, 노조 가입 여부 등이 기재된 자료가 공유된 사실을 발견했다.
삼성전자 측은 A씨가 약 1시간 동안 사내 업무 사이트에 2만여 차례 접속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조회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접속량을 이상 트래픽 감지 시스템이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업무 목적을 벗어나 임직원 개인정보를 추출하고 공유한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A씨를 특정해 추가 고소하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약 5개월 동안 삼성전자를 세 차례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와 사내 시스템 접속 기록 등을 확보해 조사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최 위원장의 과거 발언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최 위원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토대로 명단 작성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를 마친 뒤 최 위원장과 A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최 위원장과 A씨 사건과 별도로 삼성전자 직원 4명도 같은 혐의로 송치됐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인 이들 직원은 다른 직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노조 가입 여부를 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조회한 정보를 따로 명단으로 만들거나 외부에 유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수집된 사건과 직원 4명의 비정상적인 사내 시스템 접속 사건은 서로 연관되지 않은 별개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쟁의 과정에서 직원 명단을 전달받아 업무 외적으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향후에도 관련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사 협상 과정에서 회사가 선처 의사를 밝힌 사실도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월 임금협상 타결 이후 삼성전자 측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수사를 중단해야 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회사 측의 선처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와 형사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나왔다.
삼성전자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 측에 실제 명단에 포함된 인원과 소속 범위, 수집된 개인정보 항목, 명단 작성 목적과 활용 내역, 현재 자료의 보관 또는 파기 여부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회사에도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했다. 10만여명 규모의 임직원 정보가 어떤 경로를 통해 확보될 수 있었는지, 사내 시스템의 접근 권한과 이상 접속 감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노사 간 쟁의 과정에서 노조 가입 여부를 포함한 직원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수집되고 활용됐는지가 핵심이다. 경찰 수사는 송치로 일단락됐지만 실제 명단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어디까지 사용됐는지, 대규모 개인정보 접근이 가능했던 삼성전자 내부 관리체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가 검찰 수사에서 추가로 다뤄질 쟁점으로 남았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