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모두가 감격에 겨웠다. 너나 할 것없이 월드컵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다.
2013년 12월 6일 새벽,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날아든 낭보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우리나라가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1983년 5월, 박종환 감독이 이끌었던 우리 청소년 대표팀이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대회 4강 신화를 쓰고, 해외 언론으로부터 ‘붉은 악마’라는 평가를 받았던 바로 그 대회다.
이 대회는 또 월드컵, 17살 이하 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과 함께 FIFA가 주최하는 세계 4대 축구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2002년월드컵, 2007년 17살 이하 월드컵을 개최한 바 있는 우리나라는 이로써 세계 4대 축구대회를 모두 유치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살 이하 월드컵 유치는 우리 스포츠 외교력의 승리로 평가된다. 이번 대회 유치를 희망한 나라는당초 우리나라를 비롯해 러시아, 잉글랜드, 멕시코 등 12개 나라였다.
그러나 정작 유치신청서를 낸 나라는 우리나라와 구소련의 이슬람국가인 아제르바이잔 뿐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은 우편접수 마감일에서야 유치신청서를 냈지만 우리나라는 정몽규 회장이 마감 하루 전인 지난 11월14일 직접 FIFA를 방문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FIFA 관계자들에게 우리나라가 대회 유치에 얼마나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는지를 보여준 셈이다. 또 정몽규 회장은 전 세계를 누비며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25명의 FIFA 집행위원을 거의 모두 접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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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회를 유치했다. FIFA는 5일(현지시간) 브라질 바이아 주 코스타 도 사우이페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한국을 2017년 U-20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컨페더레이션스컵(2001년)과 월드컵(2002년), 17세 이하 월드컵(2007년)에 이어 FIFA 주최 4대 국제대회를 모두 여는 ‘축구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됐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 기간 동안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며 무박 3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것도 큰 힘이 됐다.
애초 사우디아라비아도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AFC는 아시아에서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을 단독 후보로 만들어 밀어줬다.
한국이 이 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아시아에서는 일본(1979년), 사우디아라비아(1989년), 카타르(1995년), 말레이시아(1997년)에 이어 5번째 유치국이 됐다.
여기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도 재외공관 등과 공조해 유치 활동을 펼쳤고, 지난 3일 일찌감치 현지에 도착해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탰다.
한마디로 20살 이하 월드컵 유치는 정부 대표단과 축구 관계자들이 불협화음 하나없이 하나로 똘똘 뭉쳐 멋진 앙상블을 이룬 성과다.
한국은 20살 이하 월드컵에서 유난히 좋은 성적을 많이 남겼다.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신화와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서 8강을 달성한 이후 한동안 잠잠했지만 홍명보호가 이끌었던 2009년 이집트 대회 8강에 이어 지난 7월 터키 대회에서 다시한번 8강에 올랐다.
20살 이하 월드컵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도 만만치 않다. 20살 이하 월드컵은 성인 월드컵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축구대회로 평가된다. 전 세계 수십억 명 이상이 텔레비전으로 축구 경기를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20살 이하 월드컵 유치는 모범 사례로 꼽힐 만하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월드컵 때 지은 경기장을 활용해 예산을 120억∼150억원 선으로 낮췄다. 별도의 국비 지원을 받지 않고 FIFA 지원금과 축구협회 자체 재원으로 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또 지난달 서울과 수원, 인천, 대전, 울산, 포항, 전주, 제주, 천안 등 9개 도시로부터 개최 신청을 이미 받은 상태다. 대회가 3년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당장 내년에 대회를 치러도 될 만큼 이미 절반의 준비가 끝난 셈이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 이어 전세계 축구팬들의 눈과 귀가 10여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글:김동훈 한겨레신문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