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의 보수 후보 단일화가 4월 총선 사전투표일을 앞두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독자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단일화를 위한 접촉을 시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준석 후보를 향해 특정 세력과의 단일화 포기를 요구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25일 충남 공주 유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김 후보는 “원래 한 뿌리였기 때문에 계속 노력을 해갈 것”이라고 말하며, 사전투표 시작 전인 28일까지 단일화를 성사시켜 투표용지 혼선을 막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이 단일화에 집중하는 배경을 설명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 응답률 19.5%)에서 이재명 후보 45%, 김문수 후보 36%, 이준석 후보 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46%로 이재명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단일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단일화가 실제 시너지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리서치가 한국방송(KBS) 의뢰로 전국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 응답률 19.5%)에 따르면, 3자 구도에서 이재명 49%, 김문수 34%, 이준석 8%였던 지지율이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이재명 48%, 김문수 39%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 이준석’ 구도에서는 49% 대 29%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는 보수 단일화가 지지층의 단순 합산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1일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단일화의 시너지가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두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층의 연령, 정치적 성향, 그리고 현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단일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어느 한쪽으로 후보가 결정되면 다른 한쪽의 지지층은 투표 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후보는 서울 종로 유세에서 김문수 후보를 향해 “어부지리로 얹혀가는 주제에 단일화 프레임으로 정치를 혼탁하게 만들지 말고 이 판에서 빠지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보수 단일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선거 구도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일단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며, 지지층 결집과 함께 단일화로 인한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보면 단일화하는 게 쌍방에 모두 도움이 돼서 단일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결국 ‘내란 단일화’에 나설 것이다. 당연히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사전투표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보수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3당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일화 논의는 마지막까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