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고 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한국 정부가 등재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이는 세계유산 등재의 사실상 확정 단계로 평가되며,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코모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분야의 핵심 자문 및 심사 기구다. 각국이 신청한 유산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거쳐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다. 이 중 '등재' 권고는 해당 유산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기준을 충족한다는 이코모스의 공식적인 판단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경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로 이어진다.
이번 이코모스의 등재 권고는 반구천 암각화의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국제적인 인정이다. 특히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상과 예술적 표현이 고스란히 담긴 암각화의 독창성과 희소성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를 포함하며, 이는 한국 선사시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으로 평가받아왔다.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한국은 17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기존의 불국사,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한국의 갯벌, 한국의 탈춤에 이어 인류의 귀중한 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특히 반구천 암각화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유형의 유산으로, 기존의 문화유산 중심의 한국 세계유산 목록에 다양성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한국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국제사회에 더욱 폭넓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코모스의 등재 권고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은 오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진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코모스의 권고를 바탕으로 최종 심의를 진행하며, 통상적으로 이코모스 권고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만에 하나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와 관련 기관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반구천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그에 따른 책임도 막중해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라, 해당 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기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와 울산시는 세계유산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체계적인 보존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 가능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등재를 계기로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 관광 진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히 하나의 유산이 국제 목록에 오르는 것을 넘어, 한국의 문화유산 보존 역량과 국제적인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