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남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외벽 구조물 추락 사고로 야구팬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과 관련해, 사고 발생 전 NC 다이노스 구단 측이 문제가 된 외벽 구조물인 '루버'를 이미 철거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경찰은 구단의 관리 부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구단과 구장 관리 주체 간의 책임 공방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NC 다이노스는 2022년 말, 한 업체를 통해 3루 쪽 건물의 유리창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리창 구조상 루버를 일시적으로 제거하지 않고는 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해당 루버를 떼어냈다가 작업을 마친 뒤 다시 부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루버가 탈착 작업이 완료된 후인 지난 3월 29일,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래로 떨어져 야구팬 3명이 다쳤고, 이 중 머리를 크게 다친 20대 야구팬이 사고 이틀 만에 숨지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추락한 루버는 길이 2.6m, 폭 40cm, 무게 60kg가량의 금속 구조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 루버 탈착 작업을 수행했던 업체를 불러 과실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구장 관리 등을 맡은 창원시 산하 창원시설공단은 사고 전 문제가 된 루버가 탈착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구단 측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에 따르면, 공단과 구단 측이 체결한 창원NC파크 관련 사용·수익 허가 계약에는 '대규모 수리나 보수 시 공단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선조치 후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공단 관계자는 "사고 이후인 지난 4월, 공단이 구단에 루버 해체 이력이 있는지 등을 질의했지만 구단 측은 경찰 수사 중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C 구단 관계자는 "루버 탈착 이력과 탈착 작업 공단 통보 여부 등 내용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고 답하며 사실 관계 파악 중임을 시사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창원시청과 창원시설공단, NC 다이노스 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사고 발생의 궁극적인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모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구단과 시설공단 간의 계약 내용 및 실제 관리 이력, 그리고 루버 탈착 작업의 적법성 및 안전성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사고의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지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