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31일) 대구 서문시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보수층 결집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방문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유세 발언을 계기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김 후보에게 힘을 싣는 간접적인 지원 사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경 서문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말을 맞아 북적이는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많은 시민과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렬히 환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일부 지지자들이 내민 자신의 자서전 등에 직접 사인을 해주며 화답했고, 약 30분간 시장을 거닐며 부침가루와 호떡 등을 구매하는 등 비교적 편안한 모습이었다.
시장을 떠나기 전 취재진들과 만난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대구에 온 지가 좀 됐지 않나. 시간이"라며 그동안 대구 시민들을 찾아뵙지 못했던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서 그는 "여기 계신 분들 생각을 사실 많이 했다. 가서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하고 생각은 많이 했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고 덧붙이며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방문한 직접적인 계기는 김문수 후보의 발언이었다. 그는 "며칠 전에 김문수 후보께서 동성로에서 유세하실 때 거기 많은 분이 좀 저를 한번 보고 싶다.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들어 제가 가슴이 뭉클해서 진작 가서 봬야 하는데 이렇게 됐구나 싶어 오늘 이렇게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문수 후보가 유세 중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그리움을 언급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이끌어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 후보에게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시민들의 따뜻한 환대에 대해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동안 가서 한번 봬야지 하던 게 오늘 드디어 해소됐기에 마음이 다 이렇게 풀어지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에는 추경호, 윤재옥, 김승수, 강대식, 이인선, 유영하 등 국민의힘 소속 대구 지역 의원들이 동행하며 의원들의 동행은 박 전 대통령의 이번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구 지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7일에는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을 때도 "며칠 전에 마침 김문수 후보께서 이곳 구미 아버님 생가를, 옥천의 어머님 생가를 방문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오늘 이렇게 오게 됐다"고 말하며 김문수 후보와의 연결고리를 강조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소식은 전날 미리 알려졌고, 이날 서문시장은 주말 방문객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뒤섞여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00여 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하여 질서 유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