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상징이었던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 용산 대통령실을 둘러본 뒤 "꼭 무덤 같다"는 소회를 밝히며 청와대 복귀를 공식화했으며, 2025년 12월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첫 언론 브리핑을 진행함으로써 사실상 "청와대 시대"의 재개막을 알렸다. 지난 주말 사이 대통령실의 주요 집기들이 청와대로 이전을 마쳤으며, 출입 기자단 역시 춘추관으로 복귀하여 본격적인 취재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청와대 복귀는 단순한 공간 이동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이재명 정부는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를 "비정상의 극치"로 규정하고, 이를 정상화하는 상징적 조치로 청와대 이전을 추진해 왔다. 특히 참모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본관 집무실보다는 비서동인 여민관 중심의 업무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백성과 함께한다"는 여민(與民)의 의미를 살려 문재인 정부 당시의 소통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대통령과 참모진이 1~2분 내에 대면 보고가 가능한 물리적 거리를 확보함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 복귀에 대해 일각에서는 "권위주의의 상징인 궁궐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수영 위원은 "공간의 문제보다 그 공간을 지배하는 사람의 소통 의지가 중요하다"며, 부처별 정책 보고를 국민에게 생중계하는 등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해 공간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비판적인 언론과 중도적 언론을 설득하는 "구조적 소통"의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한편 용산 시대를 이끌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현재 사법적 심판대에 서 있다. 지난 토요일 김건희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매관매직 의혹과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특히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등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중진들이 나서지 말라고 해서 개입한 적 없다"고 진술했으나, 명태균 씨와의 녹취록 등 구체적인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어 법적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는 윤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일주일"이 될 전망이다. 내란 및 이적 혐의와 관련한 추가 구속 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오는 26일에는 체포 방해 및 증거 인멸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린다. 특검이 비화폰 삭제와 공수처 수사 방해 등에 대해 어느 정도의 중형을 구형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시대를 거쳐 임기 내 "세종 대통령실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30년으로 예정된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것을 주문하며, 퇴임식은 세종에서 하고 싶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했다. 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용산에서 청와대로, 다시 세종으로 이어지는 대통령실의 행보는 향후 대한민국 행정 지형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