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는 유감스럽게도 상호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의 한 구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산 모든 제품에 오는 8월 1일부터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격 공개했다. 지난 4월 예고했던 관세율과 동일한 수치다. 당초 7월 9일로 예상됐던 부과 시점을 약 3주간 늦추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관세 폭탄"의 시계는 이제 24일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한국과의 오랜 무역 불균형을 강하게 지적하며 "25%라는 수치도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상호 관세는 기존의 품목별 관세와는 별개라고 명시해 관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다만 백악관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자동차 등 기존에 고율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품목에 상호 관세가 추가로 더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 최악의 이중 과세 시나리오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피하려 제3국으로 환적할 경우 더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거나 "한국이 대미 관세를 올리면 그만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결국 공은 워싱턴 D.C.에 머물고 있는 한국 협상단에 넘어왔다. 현재 미국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투트랙"으로 머물며 총력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위 실장은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거시적인 틀에서의 해법을 모색하고, 여 본부장은 실무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 분담에 나선 상태다. 정부는 관세 부과가 사실상 3주 연장된 만큼, 남은 기간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모든 외교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분야에서의 대미 협력 방안 등을 지렛대로 삼아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고, 적용 품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 조건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꾸준히 문제 삼아 온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같은 비관세 장벽 철폐와 최근 논란이 된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 완화 등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하며 "반대급부"를 제공하느냐가 이번 협상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외에도 일본, 말레이시아 등 총 14개국에 관세 서한을 발송했다. 일본 역시 한국과 동일한 25%의 상호 관세율을 통보받았는데, 이는 지난 4월 발표치보다 1%포인트 오른 수치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전 세계적으로 재점화되면서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남은 3주간의 줄다리기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