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통첩성 서한을 보내온 것과 관련, 대통령실이 8일 오후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본격적인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섰다. 정부는 관세 부과까지 남은 23일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의 관세 장벽을 넘겠다는 각오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통상 현안 관계부처 대책 회의"에는 김 정책실장을 비롯해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등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외교부 차관 등 통상·외교 라인의 핵심 책임자들이 모두 집결했다. 회의의 무게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발송에 따른 파장을 분석하고,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현지 팀과 소통하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시점을 8월 1일로 못 박은 것을 "협상을 위한 유예 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공식 판단하고, 남은 기간 상호 호혜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부의 핵심 전략은 단순한 관세율 인하 요구를 넘어, 양국 경제에 모두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카드"를 제시하며 미국의 입장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조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인 "통상 프레임워크"를 제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기여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관세 부과가 미국에도 실익이 없다는 점을 설득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회의 직후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남은 기간 총력을 다해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각각 안보와 통상 채널을 통해 미국 측 핵심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이어가며 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이 막대한 만큼, 정부는 이날 회의를 기점으로 미국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분석하는 동시에 우리의 협상 카드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관세 시한까지 남은 23일 동안 한미 양국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