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반미·종북' 성향을 보여온 원외정당 민중민주당(옛 민중당)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당 지도부에서 시·도당 간부급으로 본격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 구호를 그대로 따라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등 사실상의 이적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10일 오후, 민중민주당의 광주시당 및 서울시당 위원장을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이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정례적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규정하는 등,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동일한 선전 활동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문서, 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의 이번 수사는 민중민주당의 조직적인 이적 활동 혐의를 겨냥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일, 한명희 전 민중민주당 대표를 같은 혐의로 불러 10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또한, 오는 15일에는 당의 핵심 관계자 2명에게도 추가로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를 시작으로 수도권과 호남 지역 책임자까지 소환 조사가 이어지면서, 수사가 당 조직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중민주당은 과거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인 민중당에서 갈라져 나온 정당으로, 그동안 꾸준히 반미 성향의 집회를 열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선전물을 유포해 안보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 당시 "미제 식민지 파쇼 체제를 끝장내자"는 등의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이번 경찰의 강제수사를 두고 진보·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당에 대한 공안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수집한 채증 자료와 압수물 분석을 통해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당 지도부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여, 이번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