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주요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국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간담회는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며, 참사 유가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이상 참모진과 관계 부처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 여당 현역 의원들이 대거 자리를 함께했다. 당·정·대 고위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 공식적인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가 우리 사회에 있었기 때문에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분들이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국민이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 동안 객석에 앉은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침묵 속에서 흐느낌이 이어졌고, 일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이 겪는 2차 가해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전담수사팀 구성을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온라인상의 모욕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 유가족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에 대해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간담회를 마치며 이 대통령은 "오늘 주신 말씀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며 "유가족 여러분과 함께 필요한 대책을 만들어, 다시는 이 나라에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가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의 고리를 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 시스템을 재건하는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