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초 열흘간의 수출이 조업일수 감소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오히려 9% 이상 증가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력 품목의 견조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무역수지는 11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2025년 8월 1~10일 수출입 현황(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14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59억 달러로 13.6%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1억 7,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누적 무역흑자는 332억 7,900만 달러로 흑자 기조는 유지했다.
이번 수출 감소는 수치상의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의 조업일수는 7.0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8.0일)보다 하루가 적었다. 이점을 감안해 산출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 달러로, 지난해 19억 2천만 달러보다 오히려 9.3% 증가했다. 주력 품목의 수출 경쟁력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2.0% 증가하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6.5%까지 끌어올렸다.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출 역시 81.3% 급증했으며, 승용차도 8.5% 늘어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석유제품(-19.4%)과 철강제품(-18.8%)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가별 실적은 G2(미국·중국) 리스크를 명확히 보여줬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0.0% 감소했으며, 고율 관세 장벽의 여파로 미국 수출 역시 14.2%나 줄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34.8% 급감했다. 반면, 베트남(4.1%)과 대만(47.4%)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은 증가하며 시장 다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수입 부문에서는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돋보였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14.2%), 가스(-29.5%)의 수입액이 크게 줄면서 전체 수입 감소(-13.6%)를 이끌었다. 이는 무역수지 적자 폭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조업일수 효과를 제외하면 수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주요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은 하반기 수출 전선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개선하고 비주력 품목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