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방미 마지막 날인 26일(현지 시각)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며 워싱턴 D.C.에서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우려와 달리 긍정적인 평가 속에 끝난 정상회담 덕분인지, 이 대통령과 순방수행단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혜경 여사와 함께 미군 전사자 40만여 명이 잠들어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1, 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등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된 영웅들이 안장된 곳으로, 한미동맹의 상징적인 장소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 역시 방미 시 이곳을 찾아 동맹의 의미를 되새겨왔다.
미군 의장대와 군악대의 엄숙한 사열 속에 묘역에 들어선 이 대통령 부부는 외국 국가원수에게 최고 예우를 표하는 21발의 예포 발사 속에서 헌화 장소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진혼곡이 연주되는 동안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고개를 숙여 희생된 용사들의 넋을 기렸다.
이 대통령의 알링턴 묘지 참배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의 흔들림 없는 협력 의지를 다진 직후, 동맹의 토대가 된 희생과 헌신을 기리며 양국 관계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워싱턴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곧바로 다음 목적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이동했다. 필라델피아는 1919년 서재필 박사 주도로 '제1차 한인회의'가 열렸던 장소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구미위원부가 주도해 미국을 상대로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는 외교 활동의 중심지였다. 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방미 일정을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한미동맹이 군사적 협력을 넘어 자유와 독립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