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구속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곱 차례 연속으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법원이 결국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의 고의적 지연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재판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늘(1일) 오전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공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 형사소송법 277조의2를 궐석 재판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오늘도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불출석했다"며 "지난 기일 서울구치소로부터 '인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고, 이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봐 이번 기일도 궐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구치소는 윤 전 대통령이 강하게 저항해 강제 구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내란 혐의로 재구속된 이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줄곧 재판 출석을 거부해왔다. 변호인단은 "기력이 쇠해 하루 종일 재판에 앉아 있기 힘든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재판부는 이를 정당한 불출석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 세 차례의 불출석까지는 정식 공판 대신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하며 윤 전 대통령의 출석을 기다렸다. 하지만 불출석이 계속되자 지난달 11일 4차 불출석부터 궐석 재판에 돌입했으며, 이번 결정으로 피고인 없는 재판 진행을 공식화했다.
궐석 재판이 진행될 경우, 피고인은 증거조사 내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히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시하는 등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이러한 불이익은 전적으로 피고인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직 대통령이 내란죄라는 중대 범죄 혐의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상황이, 피고인의 출석 거부와 법원의 궐석 재판 결정이라는 파행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