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 부문의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력 품목 간의 수출 성적이 엇갈린 결과다. 특히 무역수지는 에너지 수입액 증가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경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늘(1일) 발표한 '2025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43억 2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증가했다. 월간 수출은 지난 6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증가율 자체는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물렀다.
이번 수출을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였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51억 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 강세가 지속된 덕분이다. 이는 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것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자동차 수출 역시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다른 주력 품목들의 부진이 전체 수출 증가 폭을 제한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과 철강 제품의 수출이 감소했으며,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석유제품의 수출액도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대미 수출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은 현지 경기 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입 부문에서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8월 수입액은 561억 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특히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이 전체 수입 증가를 주도했다.
이에 따라 8월 무역수지는 18억 3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7월 흑자 전환에 성공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는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에너지 수입 확대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으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호조가 전체 수출을 지지하고 있으나, 중국의 경기 둔화와 주요국의 통화긴축 정책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고 에너지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