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의 운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법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사실상의 "집단 반대" 입장을 내놨다. 과거 사법농단 사태 이후 7년 만에 열린 임시회의에서 법원장들은 사법부 독립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정작 사법 불신의 원인이 된 과거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어 "제 식구 감싸기"이자 기득권 수호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법원장들은 5대 핵심 사법개혁안 중 사법부가 기존에 추진해 온 방향과 일치하는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찬성 입장을 보였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건 관계인을 심문하는 제도와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방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개편, 법관 외부 평가제 도입 등 사법부의 권한과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3가지 핵심 개혁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특히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대폭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의 재판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반대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한, 국회 등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대법관 후보 추천위 개편과 법관 평가의 외부 개방에 대해서도 "사법권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입법부의 개혁 의지에 사법부가 조직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모양새다.
이번 회의에서는 공식 안건이 아니었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앞서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위헌적 재판 진행으로 비판받는 내부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결국 이번 법원장 회의는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조직 내부의 논리에 갇혀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