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사법부가 직면한 위기를 인정하고,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비상계엄 관련 재판의 첫 공개 중계가 이루어진 직후 나온 발언으로, 사법부의 수장이 직접 나서 사태의 엄중함을 강조하고 변화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천 처장은 오늘(2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법학자대회 축사에서 "법원은 비상계엄 관련 사건 재판의 역사적·시대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제 처음으로 관련 사건 재판 과정에 대한 중계가 이뤄졌다"고 언급하며, 신속하고 투명한 재판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사법부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천 처장은 "앞으로 우리 법원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구현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법원으로 거듭날 방안을 국회와 협력하고 논의하여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행정부나 입법부와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온 사법부가 특정 현안 해결을 위해 국회와의 '협력'과 '논의'를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현재 사법부가 느끼는 위기감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천 처장은 축사 서두에서부터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지난 12·3 비상계엄 직후 그 위헌성을 국회에서 분명히 밝혔음에도, 사법부가 그 후 여러 혼란에 직면해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법학자들을 향해 "최근의 여러 사법부 현안과 관련해 법학 교수들의 우려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법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