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인근, 소형 평수가 많아 직장인과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사이트에서 조회되는 전세 매물은 단 두 건에 불과하다. 세종시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은 647건으로,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3월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며 "전세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수요는 늘고 있지만, 매물이 사라지면서 세입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소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없으니 입주를 기다리거나 생활 여건이 다소 떨어지는 다른 단지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4년간 전세로 거주했다는 한 시민 역시 "매물이 없다 보니 집주인이 요구하는 대로 금액을 올려주고 재계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세 품귀 현상은 가격 급등으로 직결되고 있다. 실제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9월 둘째 주에 전주 대비 0.26% 상승하며,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 비해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정부의 잦은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를 포기하고 계약 갱신을 택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2년간 세종시에 예정된 신규 입주 물량은 2백여 세대에 불과해 공급 부족은 심화할 전망이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전세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결국 매매시장 가격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집값 안정에 집중된 정부 부동산 정책이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