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처별 업무보고 생중계 과정에서 비주류 역사서인 '환단고기'를 언급하면서 역사 논쟁이 급부상하고 있다. '환인, 환웅, 단군'에 대한 고대 기록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주류 역사학계로부터는 근거가 부족하고 역사를 과장했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사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서적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환단고기의 역사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해당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금요일 동북아역사재단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피어올랐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과대하게 서술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특정 역사서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단군,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아요. 그런 데는 아예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는 모양이군요"라고 발언했다.
'환단고기'는 단군조선 이전에 우리 민족이 인류 최초의 국가를 건립했으며, 과거 동북아시아 전역을 지배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 주류 역사학계의 연구 결과와 배치되거나 고고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정통 사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환단고기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는 답을 내놓았다. 대통령은 이어서 환단고기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결국은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 거냐에 근본적인 입장들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고민거리"라는 표현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공적인 자리에서 학계의 비주류로 분류되는 역사서를 직접 언급한 것 자체가 해당 역사관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특히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의 역사 왜곡 등에 대응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해야 하는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질문이 이 재단의 정체성과 목적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과거 동북아역사재단의 일부 인사들이 친일 또는 뉴라이트 사관과 연루되었다는 논란이 일었던 배경과 맞물려, 대통령의 언급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신속하게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환단고기 관련 이슈를 "지엽적인 부분"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해당 주장에 동의하거나, 관련 연구 또는 검토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분명한 역사관 아래에서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 해 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역사 관련 다양한 문제의식을 감안하여 올바른 역사관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던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업무보고 생중계 과정에서 일부 발언들이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운영 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주류 역사관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초래할 수 있는 파급력과 논쟁의 범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청와대와 역사학계 사이에서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