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압박 발단이 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해 국회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하기로 4일 합의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해 특위 운영 방안과 입법 일정에 서명하며 대미 통상 현안에 대한 초당적 대응 방침을 공식화했다.
특위는 위원장직을 맡는 국민의힘을 포함해 민주당 8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6명 규모로 꾸려진다. 여야는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한 뒤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활동 기한은 의결 시점으로부터 한 달로 설정됐으며,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명분 삼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한 지 약 열흘 만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약속한 투자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거래 상대방으로서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 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현안을 떠나 국익 차원에서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야당도 뜻을 같이했다"라며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정부의 통상 대응 미비는 지적하면서도 국가적 실익을 고려해 특위 구성에 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특별법 처리만으로 미국의 관세 인상 카드가 완전히 회수될지는 미지수다. 일주일간 워싱턴 현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의회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귀국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상황을 낙관하지 않았다. 여 본부장은 "특별법이 핵심이지만 미국 측이 관리해야 할 다른 이슈들도 거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추가로 제기하는 쟁점에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와 쿠팡에 대한 제재 문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의원들과 통상 당국은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등 디지털 서비스 관련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를 관세 이슈와 분리해 대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모양새다.
국회 특위가 가동되더라도 세부 지원 규모와 방식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분출될 경우 법안 처리가 지연될 소지는 남아 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이행 조건과 우리 기업의 실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특위 심사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야 합의가 실제 관세 철회라는 외교적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특위의 속도감 있는 입법 결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