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단일 종목으로는 국내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96% 상승한 16만91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시가총액 1001조107억원을 기록했다. 전날 11%가 넘는 폭등세로 991조원까지 몸집을 불린 데 이어, 외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가세하며 마침내 '천조전자' 고지에 올라섰다.
이번 기록은 1975년 상장 당시 시가총액이 6억 4000만 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50년 만에 기업 가치가 1400배 이상 성장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1999년 한국통신을 제치고 국내 시총 1위에 오른 뒤 2006년 100조 원, 2021년 500조 원을 차례로 돌파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사를 대변해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이어 전 세계 15위권(아시아 2~3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체급을 키웠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주변과 여의도 증권가는 고무적인 분위기가 역력했다. 장중 한때 주가가 16만9400원까지 치솟으며 17만 원 선을 위협하자 객장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특히 최근 대외 악재로 변동성이 극심했던 장세에서 삼성전자가 이틀 연속 상승하며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시장의 신뢰를 더했다.
삼성전자의 시총 1000조 원 달성은 실적 개선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33조 6000억 원, 영업이익 43조 60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과 차세대 HBM4 시장에 대한 기술적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시총 1000조 원 돌파가 국내 증시 전체의 가치 재평가(리레이팅)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피 전체 시총 약 4438조 원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를 상회한다. 삼성전자의 안착은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유입을 유도해 코스피 5000시대를 공고히 하는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피크 아웃' 우려도 여전하다. 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지만, 과거 사이클처럼 급격한 하락 국면이 올 수 있다는 경계심이 차익 실현 매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매파적 금리 기조와 글로벌 관세 이슈 등 변동성 요인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시총 1000조 원 돌파는 산업 구조 변화가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며 "과거와 달리 성장 스토리와 실적이 동시에 평가받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대기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백만 명의 '동학개미'를 보유한 국민주로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임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 유지와 대외 변수 대응은 향후 시총 1000조 원 체제를 수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