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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이해찬 회고록은 3년 전 써둔 정치적 유언장"

최예원 선임기자 | 입력 26-02-03 10:13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시민 작가가 최근 별세한 고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회고록을 두고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을 예상하고 기록한 유언장과 같다"며 집필 당시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유 작가는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이 수석부의장의 회고록에 얽힌 일화를 전했다. 그는 1988년 이 수석부의장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40년간 인연을 이어왔으며 해당 저서의 발문을 썼다.

유 작가에 따르면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2022년 대선 결과 발표 직후 깊은 허탈감을 드러냈다. 유 작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며 우울해했고, 심지어 회고록을 내지 말자고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당초 정계 은퇴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었으나 정권 교체 이후 은퇴 시점을 뒤로 미루게 되면서 출간 여부를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건강 악화 속에서도 이어진 고인의 활동 의지도 언급됐다. 유 작가는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이 있었고 책을 쓸 당시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하지만 연명을 위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초가 다 타서 심지가 타며 꺼지는 모습처럼 노병이 전선에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딘 것과 같았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80년 '서울의 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 작가는 대학 선배인 이 수석부의장의 연설을 막으려다 사과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8년 이 수석부의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보좌관이 되면 수배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제안하며 유 작가를 정계로 이끌었다.

유 작가는 보좌관 등록 과정에서 벌어진 안기부와의 실랑이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신원조회 결과가 나오지 않던 중 안기부 요원들이 신림동 지구당 근처에서 자신을 연행하려 하자, 거리에서 저항하며 시민들의 도움으로 탈출했던 상황을 묘사했다. 결국 이 수석부의장이 치안본부장에게 직접 항의 전화를 한 끝에야 보좌관 등록이 마무리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고인의 가족으로부터 받은 배려도 공개됐다. 유 작가는 "결혼 당시 보증금 50만 원이 전재산이었는데, 이 수석부의장의 모친이 해주시는 밥을 먹으며 그 집에서 살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수석부의장의 부인 김정옥 여사가 자신의 결혼 예물에서 빠진 2부 다이아몬드를 내어주며 신부의 반지를 만들라고 권했던 일화를 전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유 작가는 고인의 인품에 대해 "사적 욕망이나 손익계산을 따지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오직 필요한 일인지, 옳은 일인지만을 기준으로 논의에 임했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40년 동지로서 마지막 길을 배웅한 유 작가의 이번 증언은 고인이 남긴 정치적 자산과 개인적 고뇌를 동시에 보여준다. 2022년 이미 한 차례 마무리 지으려 했던 그의 정치가 3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낸 뒤에야 멈춰 서게 되면서, 그가 남긴 회고록의 무게는 정치권 안팎에서 새롭게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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