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8월 이후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던 석유류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선 가운데, 재배 면적이 늘어난 주요 채소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꺾이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린 결과다.
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8.0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과 11월 2.4%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 2.3%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9개월째 2%대 흐름은 이어가고 있으나, 상승 폭은 뚜렷하게 둔화하는 양상이다.
이번 물가 안정의 일등 공신은 석유류다.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변동률은 0.0%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멈췄다. 지난해 12월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24%포인트 끌어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대까지 하락하면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상승 압력이 사라진 영향이 컸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전년 대비 2.6% 상승에 그치며 작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을 보였다. 특히 채소류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재배 면적 증가로 공급량이 늘어난 당근(-46.2%), 무(-34.5%), 배추(-18.1%)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돼지고기 역시 공급량 확대에 힘입어 축산물 전체 물가 상승 폭을 전월 대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이에 따라 장바구니 물가로 통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대비 0.2%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국가데이터처 브리핑 현장에서는 수산물 가격의 이상 흐름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전체적인 물가 둔화세 속에서도 고등어(11.7%)와 조기(21.0%) 등 일부 수산물은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조기 가격 상승폭이 약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 수입산 조기의 수입 단가 상승과 고환율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지표를 두고 물가가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설 명절을 앞둔 수급 관리에는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수산물 비축 물량을 집중 방출하고 할인 지원을 강화해 명절 체감 물가를 관리할 계획이다.
물가 상승 폭이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 결정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과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변수로 남아 있어, 안정적인 2.0%대 안착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