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의혹을 수사해 온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쿠팡 풀필먼트서비스(CFS)의 전·현직 경영진을 재판에 넘겼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 산정 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지급을 회피했다는 혐의다.
상설특검은 3일 정종철 쿠팡 CFS 대표와 엄성환 전 대표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양벌규정에 따라 쿠팡 CFS 법인도 함께 공소 제기했다.
이번 기소의 핵심은 2023년 5월 변경된 취업규칙이다. 당시 쿠팡 CFS는 퇴직금 지급 대상을 '1년 이상 근무자 중 주 15시간 미만 기간만 제외'하던 방식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강화했다. 특히 근무 기간 중 단 하루라도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는 이른바 '퇴직금 리셋 규정'을 도입했다.
특검팀은 지난 두 달간의 수사를 통해 쿠팡 CFS가 취업규칙을 공식적으로 바꾸기 전부터 이미 내부 지침을 통해 이 같은 기준을 현장에 적용해 온 정황을 포착했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개정하면서 거쳐야 하는 법적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도 확인됐다는 게 특검 측 설명이다.
경영진 기소를 마친 특검의 칼날은 이제 검찰 내부의 '불기소 외압' 의혹으로 향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서 윗선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문지석 부장검사는 지휘부의 외압을 폭로했고, 특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당시 부천지청장이었던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와 김동희 부산고검 검사를 직권남용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엄 검사 등은 "정당한 지휘권 행사였으며 외압 주장은 허위"라고 맞서고 있어 향후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상설특검의 수사 기한은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기업의 조직적인 임금 체불 혐의를 입증한 특검이 검찰 권력 남용 의혹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어떤 최종 결론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 지휘부의 개입 여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조계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