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씨가 국회의원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핵심 의혹에 대해 1심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자신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는 5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명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지인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3대와 이동식 저장장치 등을 파쇄하라고 시킨 행위가 사법 절차를 방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명 씨는 해당 휴대전화들이 오래되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으며 증거를 없앨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핵심 단서가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기들을 물리적으로 파괴한 점을 들어 교사 혐의를 명확히 인정했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던 공천 거래 의혹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명 씨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 후보자들로부터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수억 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이 받은 돈이 공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대가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예비 후보자들이 건넨 돈의 성격이 공천 헌금이 아닌 단순한 정치 활동 자금이나 대여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제시한 관련자 진술과 물증만으로는 명 씨가 실제 공천 과정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를 취했다는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선고가 내려지는 동안 명 씨는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장의 판결문을 경청했다. 판결 직후 법정 밖으로 나온 명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준비된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법원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과 유튜버들이 몰려 이번 사건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을 나타냈다.
검찰은 명 씨가 이른바 "황금폰"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속 자료를 삭제하거나 파기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된 녹취록과 메시지 등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물들이 사라지면서 수사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반면, 공천 거래 의혹에 대한 무죄 선고가 수사의 미진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이 공천 대가성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향후 이어질 관련 수사와 재판에서도 대가성 입증을 둘러싼 법리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