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 당첨금 지급 과정 중 단위 입력 실수로 수십만 개의 비트코인(BTC)이 잘못 입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0원을 지급하려던 계획이 2000 BTC로 처리되면서 단일 거래소 내 시세가 순식간에 15% 이상 폭락하고 입출금이 전면 중단되는 등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저녁 7시경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산 오류를 일으켰다. 당초 1인당 2440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담당자가 단위를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설정하면서 1인당 2000 BTC가 입금됐다.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1인당 약 1960억 원, 총액으로는 60조 원이 넘는 규모다.
사고 직후 일부 이용자들이 입금된 비트코인을 즉시 시장가로 매도하면서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 저녁 7시 38분경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9800만 원대에서 8111만 원까지 수직 하강했다. 타 거래소와의 시세 차이가 1600만 원 이상 벌어지자 일반 투자자들의 투매까지 겹치며 낙폭이 확대됐다.
빗썸은 오지급 발생 40분 만에 긴급 점검에 나섰으며 해당 계정의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다. 7일 오전까지의 집계 결과 오지급된 62만 BTC 중 99.7%인 61만 8212개를 회수 조치했다. 이미 매도되어 현금화된 자산에 대해서도 약 93%를 회수한 상태지만, 여전히 125 BTC 규모의 자산은 반환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빗썸의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은 약 4만 2000개 수준인데, 전산상으로는 보유량의 15배에 달하는 62만 개가 지급되고 실제 매도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실물 없이 장부상으로만 숫자를 오가는 '유령 거래'를 방지할 제어 장치가 미흡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빗썸에 대한 현장 검사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오입금 발생 경위와 사고 후 대응 체계, 그리고 실제 보유량을 초과하는 자산이 어떻게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잘못 입금된 자산을 고의로 매도하거나 인출한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판례에 따르면 착오로 입금된 자산을 처분할 경우 횡령죄나 배임죄 적용이 검토될 수 있으나, 가상자산의 경우 법적 성격이 모호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빗썸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