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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짜뉴스’ 판정은 벼랑 끝의 경고다…대통령의 직언이 남긴 잔향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2-07 15:29



사실 하나를 분명히 해두자. “대한상공회의소가 고의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평가는 가벼운 표현이 아니다. 최고 권력자가 한 공공적 위치에 있는 기관의 발표를 두고 ‘가짜뉴스’라 단죄한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정보 사회의 근간을 건드리는 선언이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자료의 골격은 이렇다. 상속세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부유층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이 “세계적으로 자산가 유출이 많은 나라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일부 외신 컨설팅 수치를 인용하며 나타난 이 수치는 순식간에 언론에 확대 재생산됐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를 단순한 반박 이상의 언어로 치환했다.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야 한다”, “국민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왜곡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한 것이다. 이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사실과 해석 사이의 간극
물론 대한상의의 발표 자체가 정책 논쟁의 출발점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문제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실과 해석, 추정과 검증을 구분하는 언론적·학술적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보도자료가 외국 컨설팅사의 수치를 인용하더라도, 그것이 공식 통계나 검증된 자료가 아니라는 지적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그런 자료에 기반한 주장을 사실인 양 포장해 배포하는 일련의 과정은 엄밀히 말해 논쟁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정책 제안은 언제나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토대가 되는 사실의 확실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논쟁의 출발점 자체가 흔들린다. 이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는 위험성과 맞닿아 있다.
칼럼은 왜 대통령과 같은 톤을 택했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번 발언이 대통령 개인의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공유한 것은 한 언론의 칼럼이었고, 그 칼럼은 대한상의 자료의 근거와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중심이다. 

언론과 정보 생산자는 흔히 ‘객관적 사실’에 기대어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전개한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이란 단순히 존재하는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그 출처와 방법론이 검증된 데이터다. 대통령이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꺼낸 것은 바로 이 검증되지 않은 숫자 놀음이 국민 판단의 기반으로 작동하는 현실을 경고한 것이다.

이 경고는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 보고서, 통계, 연구 — 이 모든 것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추정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맥락을 가지는지를 분별하는 능력이 없다면, ‘논쟁’은 곧 ‘허구의 경쟁’으로 전락한다.

정보의 진실성은 곧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대통령의 표현이 혹 무겁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한 사회의 정보 환경이 붕괴되면, 합리적 정책 논쟁과 공적 의사결정 과정이 흔들리고, 나아가 공동체의 신뢰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곧 민주주의적 건강성의 후퇴를 의미한다.

이번 논쟁은 결코 ‘부자 유출’의 많고 적음을 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정보에 대한 신뢰, 사실의 기준, 논쟁의 토대라는 근본적 문제를 우리 사회가 다시금 되짚어야 함을 일깨운다.

가짜뉴스가 거리의 슬로건처럼 흔해진 시대에, 우리가 되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우리가 논쟁을 할 만한 사실을 가지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할 때까지, 이번 대통령의 직언은 단순한 공방이 아니라 근본적 성찰의 출발점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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