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공방에 가세하며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 전 위원장은 과거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던 정 의원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퇴 압박의 모순성을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17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서 "정일영 의원이 이학재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그는 정 의원이 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발생했던 쌍방울 그룹의 외화 밀반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인물이 현재의 경영 실태를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16일 정 의원이 이 사장을 향해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장이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외환 관리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외화 밀반출 방지 지시에 대해 이 사장이 실무적 한계를 언급하며 난색을 표한 것을 두고 "대통령의 뜻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정 의원의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쌍방울 측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책 속에 달러를 숨겨 반출할 당시 공항의 수장이 바로 정 의원이었다"고 적시했다. 이어 "만약 정 의원이 당시 사장으로서 승객들의 수하물을 철저히 점검해 밀반출을 잡아냈다면, 오늘날의 이재명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야권의 사퇴 요구가 정치적 의도에 기반한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공방이 단순한 공공기관장의 거취 문제를 넘어 전·현직 정권 간의 인사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장은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에 임명된 인사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야권으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이 외화 밀반출 적발 대책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이 사장이 확답을 유보하자, 여권 일각에서는 이를 "임기 말 알박기 인사에 대한 공개적인 퇴진 압박"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당시 이 사장은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현실적으로 모든 승객의 소지품을 전수 조사하는 것은 공항 운영 마비를 초래할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측은 이를 항명으로 규정하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이 사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한 것일 뿐 사퇴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장의 임기와 전문성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격화될수록 공항 운영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천국제공항은 국가 보안의 핵심 시설이자 대외 신인도와 직결되는 곳인 만큼, 인사 문제를 둘러싼 정쟁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 내부의 동요와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야권의 공세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라는 사법적 쟁점을 다시 환기함으로써 여론의 흐름을 바꾸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미디"라는 강한 어조를 사용해 상대 진영의 논리적 허점을 부각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이 사장의 거취 문제는 여권의 수성 의지와 야권의 인적 쇄신 요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대통령실의 의중과 여론의 향방, 그리고 이 사장의 완주 의지가 결합하며 이번 사태는 연말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논란이 되었던 발언의 맥락과 배경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사건은 한국 정치가 공공기관 인사를 대하는 고질적인 진영 논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향후 국정감사나 관련 상임위에서도 이 사장의 직무 수행 능력과 과거 정 의원의 사장 재임 시절 관리 소홀 문제가 교차 검증의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