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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세대 대단지에 전세 단 1건… 서울 외곽 "매물 씨 마르고 세입자 발 묶였다"

박태민 기자 | 입력 26-03-28 06:38



서울 관악구의 3000세대가 넘는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 인근 게시판에는 최근 전세 매물 안내문이 사라졌다.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된 전세 매물은 단 1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이미 가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노원구의 4000세대 규모 재건축 추진 단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단지 전체를 통틀어 시장에 나온 전세 물건은 1건뿐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과 비교해 40%가량 급감했다. 특히 성북구, 중랑구, 관악구 등 서울 외곽 지역과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매물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지수는 강북권이 180 이상을 기록하며 강남권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품귀 현상의 배경에는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전세 공급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른바 갭투자 매물이 실거주 의무 강화로 인해 원천 차단되면서 신규 전세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여기에 전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기존 세입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대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여 현재 집에 머무르는 비중이 높아진 점도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매물이 나오지 않는 원인으로 세입자들의 '정주 현상'을 꼽았다. 서울 봉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 세입자들이 대부분 계약을 연장하고 있어 새로운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며 "집값이 안정되어야 세입자들이 매수로 돌아서면서 순환이 생길 텐데 지금은 움직임 자체가 멈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근 임대차 시장 내 재계약 비중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상대적으로 임대료 수준이 낮아 세입자 이동이 잦았던 외곽 지역일수록 신규 거래 비중이 높았던 만큼, 재계약 증가에 따른 매물 감소 타격이 기계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서울 외곽으로 쏠리며 공급 부족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 부족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전셋값 상승 압력은 갈수록 커지는 흐름이다. 전세 매물 품귀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낮은 지역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무주택 세입자들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서울 외곽 지역의 공급 절벽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서민층의 주거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전세 공급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서울 외곽 지역의 전세난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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