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증시 활황에 힘입어 10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감독원이 26일 발표한 2025년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61개 증권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9조 6,4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기록인 6조 9,441억 원보다 38.9% 급증한 수치이며,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의 9조 941억 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실적 고공행진의 일등 공신은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유입,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연간 76% 상승하는 등 기록적인 강세장을 연출하자 주식 거래대금이 폭증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가 벌어들인 전체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28.3% 늘어난 16조 6,159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식 매매 중개인 수탁 수수료 수익이 8조 6,021억 원으로 전년보다 37.3%나 늘어나며 실적 전체를 견인했다.
사업 부문별로도 고른 성장세가 나타났다. 자산관리(WM) 부문 수수료는 펀드 판매와 투자일임 수익이 동반 상승하며 26.4% 증가한 1조 6,333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금융(IB) 부문 수수료 역시 4조 8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 성장하며 수익 다각화에 기여했다. 기타자산 손익 부문에서는 외화 관련 손익과 대출 이자 수익이 확대되면서 전년보다 72.2% 폭증한 5조 1,206억 원의 성과를 냈다.
반면 증권사가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자기매매 부문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주식과 펀드 운용 손익은 지수 상승 덕에 10조 원 이상 급증했으나, 시중 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 관련 손익이 감소하고 파생 상품에서 적자가 발생해 상승분을 상쇄했다. 이로 인해 자기매매 전체 손익은 전년과 비슷한 1.4% 증가 수준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실적이 유동성 확대와 주식시장 참여자 급증이라는 대외적 환경의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 기조와 증시 변동성 확대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어,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가 거래대금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역대급 실적 발표로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주식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천편일률적인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거래대금 감소 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향후 증시 거래대금 추이와 금리 변동성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이익 달성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부에서 표정 관리에 들어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