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장동혁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승리 기준으로 '서울·부산 사수'를 언급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채널A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울과 부산 정도를 이기면 지방선거 승리라는 논리는 6·25 전쟁이 났을 때 부산만 지키고 나머지를 다 뺏겨도 승리한 것으로 치겠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날 TV조선 인터뷰에서 "서울과 부산 승리가 결국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거를 잘 치러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준"이라며 당의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한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은 당 지도부가 제시한 선거 가이드라인이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인터뷰 내내 강도 높은 어조를 유지했다. 그는 "선거를 시작하지도 않았고 공천도 안 된 상황에서 벌써부터 다 뺏기고 두 개만 지키면 이긴 것으로 치겠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다면 다른 지역에서 뛰고 있는 후보들은 그냥 지라는 소리냐"며 현장 출마자들의 사기를 꺾는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권파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도 이어졌다. 한 전 대표는 장 대표 등 현 지도부의 행보를 두고 "전적으로 자신들 개인을 위해서 저러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대해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의 재건을 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이 사익에 치우쳐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 재·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확답을 피하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두는 태도를 보였다. 한 전 대표는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보수 재건에 집중하겠다"면서도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기면 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향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과의 이른바 '주한 연대' 설에 대해서는 연대의 개념을 재정의하며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는 "연대라는 것은 보수 재건을 바라는 모든 사람이 각자 할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연대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인물과의 전략적 제휴설에 매몰되기보다 보수 통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방선거 승리 기준을 두고 전·현직 지도부 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수도권 사수라는 현실론과 전국 단위 압승이라는 원칙론이 충돌하면서 당내 주도권 다툼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전 대표가 지선 승리 기준을 전쟁에 비유하며 강력히 반발함에 따라 공천 과정과 선거 전략 수립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설전은 단순히 선거 목표 설정을 넘어 차기 대권 가도와 당권 향배를 점치는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가 제시한 '서울·부산 승리' 카드가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수용될지, 아니면 한 전 대표의 비판처럼 패배주의로 낙인찍혀 리더십 흔들기로 이어질지가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