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거부하고 재판에 불출석해 오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85일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검이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의 첫 공판에 출석한 것으로,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하급심 재판 과정이 언론에 생중계되면서 수용복 차림의 전직 대통령 모습이 전국에 송출됐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짧은 흰머리에 네이비색 정장 차림이었으나, 왼쪽 가슴에는 '3617'이라는 수용 번호가 적힌 명찰을 달고 있었다. 지난 7월 특검에 의해 재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그는 다소 수척해진 모습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 시작 전 1분간 허용된 언론의 카메라 촬영 시간 동안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정면을 응시했으며,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날 재판은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의 추가 혐의에 대한 공소 사실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아 이들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으며, 이후 발부된 체포영장의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공소 요지를 낭독하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간간이 눈을 감는 모습을 보였으나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는 입장을 간결하게 밝혔다. 구체적인 반박 논리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서면과 변론을 통해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공판이 끝난 직후에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보석 심문이 비공개로 이어졌다. 구속 상태가 부당하다며 석방을 요구하는 윤 전 대통령 측과 추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특검 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재판은 '내란 특검법'에 따라 선고가 아닌 공판 준비기일임에도 불구하고 재판정 내부 촬영이 이례적으로 허용돼 큰 주목을 받았다.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해 재판 시작 전 1분간의 촬영 및 생중계를 허가했으며, 재판 영상 전체는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를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법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피고인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85일간의 침묵을 깨고 법정에 선 윤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내란 혐의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