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내 증시가 개장과 동시에 파란불을 켰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72포인트(0.89%) 내린 3440.39에 거래를 시작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간밤에 마감된 미국 뉴욕 증시의 하락 소식이 국내 투자 심리를 곧바로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코스피의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현지 시각으로 25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담을 가중시켰다.
미국 증시의 하락은 견조한 경제 지표 발표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데서 비롯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예상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이는 곧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이어졌고, 글로벌 증시 전반에 걸쳐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대외적인 악재는 국내 증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장과 동시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동반 매도세가 나타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장 초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수백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시장의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 순매수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지수의 방향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대부분의 섹터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술주의 약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반도체와 인터넷 관련주들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의 주가가 하락 출발하며 전체 지수에 부담을 주고 있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과 2차전지 관련주들도 동반 하락하며 투자 심리 위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다음 주로 예정된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 발표 결과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발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가 국내 증시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단기적으로는 보수적인 투자 관점을 유지하며 시장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수급 동향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향후 증시의 단기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지수 역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71포인트(0.90%) 내린 844.77을 기록하며 코스피와 동조화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출회되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와 연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섣부른 추격 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