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의 유착 의혹, 이른바 "정교유착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법원이 증거인멸의 우려를 인정하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의 칼끝은 이제 전임 정부 최고위층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속은 통일교 측의 조직적 비호 아래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수사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음을 의미한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새벽,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여러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짧게 발부 사유를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수차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던 한 총재가 관련자들이 구속된 후에야 출석한 점,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 등을 들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한 총재는 통일교의 조직력을 이용해 정계에 조직적으로 접근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구체적으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유력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교단 현안 해결을 청탁하며 접근한 혐의를 받는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통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 목걸이와 가방을 건넨 과정 전반을 지시하거나 승인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자금은 교단 자금을 횡령해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법정에서 고령과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 전달은 윤영호 전 본부장 등의 개인적 일탈이며 자신은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이 제시한 관련자들의 진술과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한 총재의 개입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 통일교 측은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하며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한 총재의 공범으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공범 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의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단 내 "2인자"로 불리는 핵심 인사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것은 특검에게 일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총재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의 수사는 이제 마지막 단계를 향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최종 과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지배적이다. 한 총재의 구속으로 "정교유착"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지, 그리고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