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정전산망의 심장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모바일 신분증과 정부24 등 주요 정부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는 즉각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복구 작업에 나섰으나, 완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국민 불편이 예상된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26일 밤 8시 15분경,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서버 건물의 무정전전원장치(UPS)실에서 불이 시작됐다. 화재 원인은 UPS에 연결된 리튬 배터리의 과열로 추정되며, 이 불로 직원 1명이 얼굴과 팔에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73명과 장비 26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데이터 손실을 막기 위해 물 대신 가스 소화 약제를 사용하고 있어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인한 전원 공급 차질은 즉각적인 행정 마비로 이어졌다. 행안부는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정부24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1등급 시스템 12개와 2등급 시스템 58개를 포함, 총 70개의 정부 서비스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밤늦게 긴급한 민원 서류 발급이나 온라인 신고가 필요했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화재를 신속히 진압하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서비스 복구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정부는 과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재난 복구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으나, 국가의 핵심 데이터센터에서 다시금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서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