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선 개입 의혹' 긴급 현안질의에 끝내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국회와 사법부 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여당은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여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이 지난 26일 법사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공개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유서에서 "지난 5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합의 과정을 해명하라는 요구"라며, 이는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므로 출석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조 대법원장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대법관 전원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지귀연 부장판사 역시 동일한 사유를 들어 불출석을 통보했다.
여당은 즉각 맹비난에 나섰다. 법사위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가 지난 5월 제출했던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문서라고 지적하며, "성의 없는 의견서 뒤에 숨어 어떤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번 청문회는 판결 내용 자체가 아니라, 기록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성급한 판결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자리"라고 강조하며, 조 대법원장이 즉각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여당은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 선생 역시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의견을 개진한 전례가 있음을 상기시키며, 국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법사위에 출석해 답변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사법부 수장이 헌법을 방패 삼아 입법부의 정당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이번 사태는 특정 판결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을 넘어,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의 원칙과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의미를 묻는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핵심 가치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감독 권한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향후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이 확정됨에 따라, 법사위는 동행명령장 발부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