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던 대전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피고인 명재완(48)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20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교사 명재완에게 사회로부터의 영구 격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명재완의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되었고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질타하면서도, 사형을 구형한 검찰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아 향후 항소심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7세에 불과한 아동을 잔혹하게 살해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인은 가장 제압하기 쉬운 연약한 아이를 유인해 누적된 분노를 표출했다"며 "범행의 목적과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명재완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발각을 막기 위해 행동하는 등 당시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던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이를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명재완 측의 요청으로 진행된 정신감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재판부는 "중증 정신질환을 겪었더라도 이를 형의 감경 사유로 볼 것인가는 법관의 재량"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장기간 우울증 등을 앓아온 피고인의 심리 상태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정신이 온전한 상태의 범행과 같게 평가할 수는 없다"며 "재범 위험성은 높으나 반드시 생명을 빼앗아 격리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명재완이 가정불화와 직장 부적응 등으로 쌓인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약자인 아동을 살해한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유가족 역시 재판 과정 내내 "오로지 사형만을 선고해달라"며 가해자의 엄벌을 눈물로 호소해왔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명재완은 지난 2월 10일 자신이 근무하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던 1학년 고 김하늘 양에게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유인한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발생 이후 대전시교육청은 명재완을 파면 조치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사회를 영원히 격리할 방법에 대한 법적, 사회적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