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주를 떠나 부산으로 향했다.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헬기 "마린원"은 이날 오전 경주 일정을 마치고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대통령의 이번 이동은 부산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것이다. APEC 정상회의 주간의 "슈퍼 위크" 외교 일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2개국(G2) 정상 간의 담판이 APEC 본회의장인 경주가 아닌 부산에서 별도로 개최되는 것이다.
전날(29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및 APEC CEO 서밋 기조연설 등 경주에서의 빡빡한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한 미국 대통령은 APEC 본회의에 앞서 G2 현안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경주 행사장에서 부산의 회담 장소까지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원"이 직접 동원된 것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중대성과 최고 수준의 보안 및 의전 태세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APEC 다자회의가 열리는 경주가 아닌 부산이 미중 정상회담 장소로 최종 결정된 배경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양국 정상이 다자회의의 틀에서 벗어나, 오직 양국 간의 첨예한 현안에만 집중해 "끝장 담판"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고율 관세 부과 유예 마감 시한을 앞두고,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번 부산 회담은 향후 수년간의 글로벌 경제 지형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무기화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맞서는 무역 전쟁이 재발할 경우, APEC이 추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 기조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다시 한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양국 정상이 이번 부산 회동에서 관세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극적인 타협점을 도출할 경우, 이는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최대 성과로 기록될 것이며 전 세계 증시와 실물 경제에도 강력한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경주를 떠나 부산으로 향함에 따라, APEC 정상회의 주간의 외교 무대는 사실상 두 개의 도시에서 동시에 펼쳐지게 됐다. 경주에서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경제 협력 논의가, 부산에서는 세계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G2 간의 양자 담판이 열리는 구도다. APEC 주최국인 한국 정부는 경주에서의 다자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동시에, 부산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외교적, 행정적 지원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