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해 2월 독일·덴마크 순방 준비 과정에서, 외교부가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고 김건희 씨만을 위한 "영부인 전용 접견실"을 현지 호텔에 별도로 설치했던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국외 순방에서 영부인만을 위한 접견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특히 덴마크에서는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외교부 지휘 공간(CP) 내부에 접견실이 배치됐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 숙소로 예정됐던 독일 리츠칼튼 호텔과 덴마크 엔에이치 콜렉션 코펜하겐 호텔 내부에 해당 접견실이 설치됐다. 독일의 경우, 영부인 접견실은 대통령 객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주니어 스위트룸에 마련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덴마크에서 발생했다. 덴마크의 영부인 접견실은 순방 관련 모든 기밀과 통신이 오가는 외교부 실무진의 핵심 지휘 공간(CP) 한가운데에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정 의원실은 대통령의 국외 순방이 기본적으로 상대국 초청으로 진행되며 모든 공식 일정은 초청국이 주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통상적인 순방에서는 영부인을 위한 별도의 접견실을 설치하지 않으며, 과거 정부에서도 관련 전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독일·덴마크 순방 준비 과정에서는 "대통령 접견실"조차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영부인만의 공간을 이례적으로 확보하려 한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당시 대통령실의 수요 및 지시에 따라 정상 숙소 내 가확보된 가용 공간 중 1개 실을 영부인 접견실로 배정했다"고 답변하며 대통령실의 지시였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해당 접견실의 구체적인 설치 목적이나 사용 용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고 이 의원실은 덧붙였다.
해당 순방은 출발을 불과 나흘 앞두고 전격 연기되었기 때문에, 김건희 씨가 이 전용 접견실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의원은 "프랑스 순방 당시 '반려견 의전' 요구에 이어, 이번에는 '김건희 전용 접견실'이 등장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영부인의 사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라 지적하며, "외교부를 패싱하면서까지 김건희 씨가 어떤 목적으로 접견실을 설치했는지, 또한 지난 3년간의 순방 과정에서 어떠한 사적 외교를 추구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