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세 번째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4시경 약 2시간 만에 조사를 마치고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온 이 전 위원장은 수사 자체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으며, 이 전 위원장 측 법률 대리인은 수사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경찰이) 기존에 얘기했던 것들을 재확인했다"고 조사 내용을 전하며 "오늘 조사가 꼭 필요했는지 생각이 든다"고 말해, 이번 3차 소환 조사가 불필요한 절차였음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현 정권을 겨냥한 듯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전 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대통령 편에 서 있지 않으면 다 죄인이 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참담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전 위원장 측의 법률 대리인 역시 경찰의 수사 방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경찰이 이 전 위원장을 불필요하게 출석·조사받게 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수사팀을 상대로 "고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위원장 측이 도리어 수사기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는 경찰의 수사 절차와 강도에 대한 강력한 항의이자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다수 출연해 정치 편향적인 발언을 하거나 사실상의 사전 선거 운동을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는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고발의 주요 골자다.
앞서 경찰은 지난 10월 2일 이 전 위원장을 자택에서 체포하며 강제수사에 전격 돌입했으나, 법원이 이 전 위원장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사를 인용하면서 체포 이틀 만인 4일 석방됐다. 법원의 판단으로 석방된 이후 경찰이 재차 소환 통보를 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나, 이 전 위원장 측이 "정치적 탄압", "직권남용"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수사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경찰과 이 전 위원장 측은 이날 다음 4차 조사 일정은 조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