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30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41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 역사를 새로 썼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관세 갈등을 해소하는 "빅딜"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오전 9시 30분경, 전일 대비 40포인트 이상 폭등하며 4105.20을 터치했다. 이는 전날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 확인으로 4060선을 돌파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새로운 지수대에 진입한 것이다. 장기간 글로벌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미중 무역 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양상이다.
시장을 쏘아 올린 것은 압도적인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였다. 외국인은 이날 개장과 동시에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매수 주문을 쏟아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율 관세의 단계적 철회와 추가 관세 부과 계획 전면 중단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증시는 즉각 환호했다. 이는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고, 특히 미중 양국에 대한 교역 비중이 큰 경제 구조에 가장 강력한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무역 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발목이 잡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적용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인해 가장 큰 족쇄가 풀리면서, 성장 잠재력이 재평가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증시에서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상승 랠리가 펼쳐졌으나, 그 중심에는 단연 수출 관련 대형주가 있었다. 미중 무역 분쟁의 최대 피해 업종으로 꼽혔던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등 경기 민감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현대자동차, 기아, LG화학, 포스코홀딩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며 4100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증권가는 즉각 코스피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그간 시장을 억눌러왔던 최대 악재가 해소된 만큼,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가파르게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미중 관세 갈등의 해소는 단순한 심리적 안도를 넘어 한국 수출 기업들의 실질적인 비용 감소와 이익 증가로 직결될 사안"이라며 "4100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으며, 한국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