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증시가 뉴욕 증시의 훈풍과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 속에 상승세로 문을 열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47포인트(0.52%) 오른 4,127.40에 개장하며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의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내린 1,480.0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8개월 만의 최고치 부근에서 팽팽한 수급 공방을 벌이고 있다.
증시의 상승 동력은 무엇보다 간밤 미국 뉴욕 증시가 연말 소비 시즌에 대한 낙관론과 금리 인하 사이클 재확인으로 일제히 상승 마감한 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지난 10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이후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과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4,100선 위에 안착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수출 실적의 호조세도 지수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이다. 관세청이 전날 발표한 12월 1~20일 수출액(잠정치)은 43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무역수지가 3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신뢰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외환시장은 여전히 높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소폭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1,480원 선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에 걸쳐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해외 투자 확대와 서학개미들의 달러 수요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은 환율 급변동 시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외 여건상 원화 약세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코스피가 4,100~4,200선 사이에서 등락하며 추가 상승 동력을 탐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을 경우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기업 비용 부담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내년 초 발표될 기업들의 실적 가이드라인과 미 연준의 통화 정책 향방이 향후 증시와 환율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