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독보적 강자인 쿠팡을 상대로 고강도 특별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22일,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와 물류 핵심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사무실에 150여 명의 조사 인력을 투입해 회계 장부와 내부 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조사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탈세 혐의가 구체적일 때 움직이는 "재계의 저승사자" 조사4국과 역외탈세를 전담하는 국제거래조사국이 동시에 투입되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당국과 세무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쿠팡이 한국에서 창출한 막대한 이익을 미국 본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부당하게 축소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팀은 특히 쿠팡의 한국 법인이 미국 본사에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로열티)나 기술료, 경영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과도한 비용을 책정해 국내 이익을 인위적으로 줄였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역외탈세 수법으로, 국세청은 쿠팡의 거래 구조가 정상적인 가격 범위를 벗어난 "이전가격" 조작에 해당하는지를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최근 쿠팡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지난달 3,300만 명 규모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었으며, 이후 열린 국회 청문회에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 등 핵심 경영진이 불출석하며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행정부 차원의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5개 상임위원회는 오는 30일과 31일 쿠팡 관련 연석 청문회를 예고하며 김 의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4조 원대를 기록하며 쿠팡의 물류 네트워크를 책임지는 핵심 자회사다. 7만 명 이상의 종업원을 보유한 거대 조직인 만큼, 이곳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자금 흐름에 대한 조사는 쿠팡 그룹 전체의 재무 투명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본사와 자회사 간의 부당 지원이나 비자금 조성 여부까지 폭넓게 살펴볼 것임을 시사했다.
쿠팡 측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현재까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조사4국이 투입된 이상 수백억 원대의 추징금이 부과되거나 사안에 따라 검찰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본다. 특히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 입장에서는 이번 한국 내 사법 리스크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도와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앞으로 수개월간 정밀 조사를 진행하며 쿠팡의 국내외 자금 흐름을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다국적 거대 플랫폼 기업의 조세 회피 관행을 바로잡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단순한 행정 절차에 그칠지 향후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