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3중 추돌 사고를 내고 횡단보도를 덮쳐 15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택시기사 A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특히 사고 직후 실시한 간이 검사에서 마약류인 '모르핀' 성분이 검출되면서, 고령 운전자의 부주의를 넘어선 '약물 운전' 가능성이 이번 참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3일 새벽, 택시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6시 5분경, 퇴근길 인파가 몰린 세종대로에서 종로1가 방향으로 전기차 택시를 몰던 중 갑자기 급가속하며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과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횡단보도에 서 있던 40대 여성이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14명이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 수사의 초점은 사고 직후 검출된 '모르핀' 성분에 맞춰지고 있다. 간이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을 가능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다만 모르핀 성분은 일반적인 감기약이나 진통제 복용 시에도 검출될 수 있어, A씨가 평소 지병으로 처방 약을 복용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A씨의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긴밀히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A씨의 택시는 굉음과 함께 횡단보도 신호등 기둥을 들이받은 뒤에도 멈추지 않고 보행자들을 덮쳤으며, 차량 파편이 수십 미터 밖까지 튀어나갈 정도로 충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차량인 전기차 택시는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손됐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퇴근길 시민과 새해를 맞아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는 사고 직후 차량 급발진 등 기체 결함을 주장했으나, 경찰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만큼 인적 과실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과수의 정밀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1~2주가 소요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추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조만간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자세한 사고 경위와 약물 입수 경로 등을 상세히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