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병기 의원이 당시 지역구 전직 지방의원들로부터 고액의 현금을 수수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탄원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금품 수수 여부를 넘어 공천 과정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사법당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공개된 탄원서의 핵심은 2020년 총선 전후로 현금 거래가 구체적인 일자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폭로다. 전직 동작구의원 A 씨는 2020년 설 명절 무렵 김 의원의 배우자에게 5만 원권 현금으로 2000만 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상세히 기술했다. 주목할 점은 자금의 회수 방식이다. A 씨는 수개월 뒤 김 의원 측으로부터 자녀에게 줄 선물이라며 "새우깡 한 봉지가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았으나, 확인 결과 그 안에 앞서 전달했던 2000만 원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금의 전달과 반환 과정이 은밀하게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제보자인 전직 구의원 B 씨의 주장 역시 구체적이다. B 씨는 본인의 배우자가 김 의원 배우자에게 500만 원을 먼저 건넸으나, "명절 선물로는 너무 많고 공천 헌금으로는 적다"는 취지의 답변과 함께 거절당했다고 기술했다. 이후 금액을 1000만 원으로 늘려 재차 전달을 시도했으나 돈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양당한 뒤, 결국 제3자를 거쳐 1000만 원이 전달되었다는 것이 B 씨 측의 입장이다. B 씨 역시 결과적으로는 해당 금액을 돌려받았다고 밝혔으나, 과정상의 반복적인 자금 접촉 시도는 의혹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해당 탄원서는 김 의원의 전직 보좌진이 지난해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법 절차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자금을 돌려준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탄원서를 제출한 인물들과 김 의원의 관계가 악화된 시점에 자금이 반환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후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부적절한 자금을 정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판례상 공천과 관련하여 금품이 제공되었다면 이후 반환 여부와 상관없이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병기 의원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해당 주장들이 악의적인 음해이며 어떠한 부당한 금품 수수도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공천 헌금 의혹이 당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번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조해 온 민주당으로서는 전직 원내대표급 인사가 연루된 이번 사건의 진위 여부에 따라 정당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는 향후 탄원서에 명시된 시간과 장소에서의 동선 확인, 그리고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파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현금 거래의 특성상 직접적인 물증 확보가 어려울 수 있으나,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만큼 대조 심문을 통한 진실 규명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고위 정치인과 지방 의원 간의 고질적인 공천 관련 유착 관계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21대 총선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재조사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법당국이 탄원서 접수 이후 본격적인 기초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김 의원 소환 여부와 배우자에 대한 조사 방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검경의 행보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