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측 변호인과 나눈 대화 내용이 추가로 공개됐다. 공개된 녹취에는 박 검사가 변호인에게 수사 협조를 구하며 특정 사건 처리를 시사하거나 약속의 이행을 언급하는 정황이 담겼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회유를 시도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새로 공개된 2023년 5월 25일 자 통화 기록에서 박 검사는 서민석 변호사에게 "이 부지사를 한 번만 봐달라"며 "조금이라도 좋으니 하루 종일 불러놓고 밤에도 있을 테니 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앞서 공개된 녹취 시점보다 한 달 앞선 기록으로, 검찰이 이른 시기부터 이 전 부지사를 설득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송금 관여 진술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녹취에는 수사 대상인 다른 사건의 처리 방향을 언급하는 발언이 포함됐다. 박 검사가 "그러면 OOO 사건도 묻어주고"라고 말하자, 서 변호사가 "어떻게 묻어주느냐"고 되묻는 대화가 이어진다. 이어 박 검사는 "제가 약속드린 거는 거의 그대로 될 것"이라며 서 변호사에게 확신을 주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박 검사는 해당 녹취 내용에 대해 피의자가 선처받을 수 있는 절차를 변호인에게 설명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 검사는 "변론 방향에 대한 제안에 응대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라며 회유 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서 변호사는 "내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면 검사가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을 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국회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도 이 녹취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방식이 불법적이라며 공세를 폈고, 국민의힘은 녹취록이 짜깁기된 것 아니냐며 전문 공개를 요구했다. 특위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이미 증인으로 채택된 박 검사에 이어 서 변호사를 추가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결을 의결했다.
이번 녹취 공개로 대북송금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사법 영역을 넘어 정치권의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회 특위가 다음 달 14일 대북송금 사건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수사 검사와 변호인 간 오간 대화의 실체와 '약속'의 성격 규명을 둔 공방은 청문회장에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